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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7일 화요일

학생들과 함께한 반둥 배낭여행


수금 저녁 기초2반 학생들은 정말 활발하고 반 분위기도 좋고
특히 나를 얼마나 따르는지 정이 많이 가는 반이다.

실은... 이제와 고백하건데,
처음 내가 기초2반 수업을 들어갔을 때는
 이미 기초1반을 마친 뒤 자기들끼리 친해진 상태라서
얼마나 나를 배타적으로 대하고 친해지기 어려웠는지 모른다.

소위 말하는 새로운 선생님 간보기(?)를 2~3주 정도 호되게 당했는데
수업 시간에 이전 선생님과의 비교는 물론
자신들만의 별명으로 서로 호칭하기
내가 모르는 에피소드 계속 이야기하며 수업 맥 끊기 등
ㅎㅎ 
지금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닌데
첫 수업 후 2~3주간 혼이 빠질 정도로 시달리며 
늘 긴장상태였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라 했던가?
점점 서로에게 익숙해지며 마음을 열던 우리는
급기야 마지막 수업 때 눈물을 흘릴 정도로
정이 들게 되었다.

이런 사연을 가진 수금반 학생들과 지난달 1박 2일 반둥 여행을 다녀왔다.
이름하여 반둥 배낭여행!
인도네시아 대학생 기준에 맞춰 떠난
저렴하지만 알찬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토요일 아침 자카르타시내 역에서 7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시내 중간에 위치한 감비르 역이 아니라
구도심 Jakarta Kota 역에서 기차를 타는 이유는...
물론 
'저렴하기 때문'이다.

감비르 역에서 출발하는 반둥행 열차는
에어컨이 작동되는 비지니스 석 열차. Rp. 90,000
하지만 우리는 에어컨 안 나오고 저렴한 이코노미 열차 Rp. 35,000 

4시간 반을 가는데 이코노미 열차라니 고생길이 훤하지만...
학생들과 함께하는 여행인데 뭐 어떠리!

덕분에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에 가장 발달한 도심이었다는 구시가지
Jakarta Kota도 한 바퀴 구경할 수 있었다.
만디리 박물관과 Fatahila 광장, 
그 유명한 바타비아 커피숍(바타비아Batavia는 자카르타의 옛이름)이 있다.
다리 중앙을 들어올려 배를 통과시켰다는 도개교도 아직 남아 있는데
Jakarta Kota는 나중에 시간내서 다시 살펴봐야 할 것 같다.

Jakarta Kota역 내부 모습
깨끗하고 세련된 건물은 아니었지만 오래된 모습이 운치있었다.

출발 전 한 컷!



학생이 미리 인터넷으로 기차표를 예매해 두었는데
기차를 예매할 때도 비행기처럼 
신분증(외국인의 경우 여권이나 KITAS)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차 예매는 역에 직접 가거나
홈페이지 http://www.kereta-api.co.id/ 에서 할 수 있는데,
새로 알게된 사실! 주변에 많이 있는 Indo maret 이라는 편의점에서도
신분증 복사본을 들고 가서 예매할 수 있다고 한다.

기차 예쁘다고 막 사진 찍고 있었는데
학생들이 우리 기차는 이거 아니라고.. ㅋㅋㅋ

아래 사진 오른쪽 끝에
녹이 슬고 낡은 기차가 바로 우리가 탈 이코노미 열차라고 ㅋㅋ


토요일에 반둥 방향을 차로 가게 될 경우 엄청난 교통체증을 각오해야 한다.
우리가 기차를 타기로 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다만... 
왜 이코노미... 이코노미... 
ㅋㅋㅋㅋㅋㅋ
도착도 하기 전에 너무 더워서 지치고
이미 기운을 다 소모해버리므로 힘든 이코노미 열차는 비추
사실
우리 학생들도... 타면서 자기들도 웃고 난리었다.
이 기차 처음 타본다면서... 
완전 익스트림 배낭여행이라고...
웃긴다고...
ㅋㅋㅋ
어찌되었든 우리는 신나게 출발!




창 밖 풍경도 바라보고 학생들과 과자도 먹으면서 
그렇게 네시간 반을 달렸다.


더위에 정신이 혼미해질 즈음
드디어 반둥역에 도착
 우리는 곧바로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
우리 학생 중 한 명은 반둥에서 대학을 다녔기 때문에
반둥의 숨은 맛집과 반둥 지리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덕분에 편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점심을 먹으러 간 식당 Nasi Bancakan에서

이렇게 식당에 길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 뒤에
뷔페식으로 음식을 접시에 담아 직접 계산 후 자리를 잡고 먹을 수 있다.

우리는 줄서서 기다리면서도 찰칵~ 헤헤

다양한 순다음식들이 정말 많이 있었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 무엇을 골라야할지 몰라서
학생들이 추천해주는 음식으로 선택~
시장이 반찬이라 했던가~
정말 맛있게 식사를 했다.

바닥에서 조리하는 모습이나 
튀김 기름 등이 눈에 거슬렸지만...
사실 난 '장트러블타' ㅋㅋㅋ
인도네시아에 와서 설사와 장염을 자주 겪게 되어
물이나 바깥 음식을 상당히 조심하는 편인데...
아, 일단 그 문제는 여행 끝나고 걱정하기로! ㅋㅋㅋ
집에가서 매실차랑 정*환 먹지 뭐~


반둥은 아울렛이 많기로 유명한데
인근에 밀집한 섬유, 방직 공장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상품들이
유행의 최첨단(?) 반둥으로 모여든다고 한다. ㅋㅋ
자카르타에 세련된 몰들이 훨씬 많은데 
왜 주말이면 반둥은 자카르타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넘치느냐고 물었더니
'이 옷 반둥에서 샀어~'라는 자부심이 있다나? ㅎㅎ

가장 크고 유명한 아울렛 중 하나인 Rumah mode
아울렛 단지로 들어서면 길 양쪽에 전부 크고 작은 아울렛이 이어지는데
일단 안으로 들어서면 쇼핑은 물론 식사와 음료, 마사지까지 한번에 해결 가능하다
쇼핑하다가 배고프면 밥먹고 또 쇼핑하고
돌아다니다가 발아프면 마사지 받고 또 쇼핑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듯 ㅋㅋ
그런데 아울렛이라 함은 보통 
고급 브랜드 옷을 한 두 시즌 지나 저렴하게 파는 곳이지만
이곳은 그냥 싼 옷들이 많이 있는 옷가게 밀집지역(?) 수준.
정말로 옷, 신발, 각종 액세서리 등 다양한 것들이 많았고
자카르타에 비하면 엄청나게 저렴했다.
하지만 우리는 한시간 반 정도만 머물고 온천으로 이동했다.
나와 학생들은 이곳 쇼핑객이 아니라 배낭여행객이니까~

잠깐~
온천 전에 간단히 저녁식사!

역시 뷔페식으로!

반둥 음식 맛나요!

맛있는 음식과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행복한 시간!!
처음 배낭여행을 함께 하자고 초대 받았을 때
살짝 걱정되는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함께 여행오기를 잘했다는 마음이 컸다.

반둥 시내를 뒤로하고 두시간 거리를 달려

드디어 그 유명한 반둥의 온천 Ciater에 도착했다.
어둑어둑한 밤에 도착한데다 비까지 오는 바람에
제대로 사진찍고 탐방할 겨를도 없이 일단 뛰어~ 
ㅜㅜ

반둥의 유명한 온천지역인 찌아뜨르 Ciater.
온천물이 광범위하게 나는지 
그 지역 안에 여러개의 리조트가 들어가 있다.
가장 유명한 Ciater Spa & Resort와 Sari ater Hotel & Resort
Gracia Spa & Resort 등이 있는데

우리는 리조트를 숙소로 정한 것도 아니고 
수영장이나 온천탕 이용료도 별도로 낼 생각이 없었기에 ㅋㅋ
일단 입장권 2만 루피아를 내고 들어가서
야외 계곡물에서 온천욕을 즐기는 것으로! ㅎㅎ

그런데 정말 신기했다.
그냥 산 골짜기를 흐르는 계곡물로 보이는데
 실은 뜨끈뜨끈한 온천물이라는 사실이...

가족단위로 온천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반둥은 날씨가 시원하기로 유명한 곳인데
여기는 스산하고 춥기까지 해서 온천욕 하기에 딱이었다.

 
하류 쪽이라 따로 입장료가 없나?
위쪽은 다들 리조트로 개발되었고
입구 근처, 즉 계곡의 하류쪽만 이렇게 무료로 개방되어 있었다.

옷을 갈아입을 만한 깨끗한 라커룸과 샤워실도 없었지만
한국어를 배우는 인도네시아 학생들과 그들을 가르치는 선생은
밤 늦도록 신나게 온천욕을 즐겼다.



그리고 좋은점 하나 더!
정말 정말 물이 좋았다.
그동안 다녀본 곳의 온천수보다 
훨씬 물이 좋아서 입수하자마자 바로 피부가 매끈해졌다.
신기신기~~

공용 화장실에 딸린 샤워실에서 300원 가량을 주고 샤워를 했다.
아, 숙소가 바로 여기 리조트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서둘러 챙겨서 우리는 우리의 숙소로 다시 두시간을 달려왔다.

짜잔~
정말 학생들과 함께가 아니라면 두번은 자기 힘든 10만 루피아 짜리 방
두 명에 우리돈 만 이천원 정도(?) ㅋㅋㅋ
모기만 안 물리게 해 주세요!!!

피곤했던지...한 번 뒤척이지도 않고 푹 잘 잤다.
방 좋은데? ㅎㅎ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인도네시아는 아무리 저렴한 숙소일지언정
꼭 아침식사를 챙겨준다.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아침이 되자 토스트와 달걀과 커피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챙겨주는 모습에 나름 감동~
신난 희야는 로비에 있던 기타를 들고 학생들을 위해 한 곡 땡겼다 ㅋㅋㅋ



그리고 오후 3시로 예약된 Trevel을 타고 자카르타로 돌아오기 전까지
반둥의 구시가지를 살짝 산책하기로 했다.

미니버스 앙꼿을 타고~

네덜란드 풍의 가옥들


짧고 아쉽게 다녀온 1박 2일의 반둥여행
하지만 하룻밤을 함께한 여행으로 
지난 3개월동안 수업하면서 정을 쌓은 것보다
훨씬 더 학생들과 마음이 통했다고나 할까?

각자 대학생, 직장인, 취업 준비생, 주부로 다양한 삶을 살아 가고 있지만
모두들 한국문화를 좋아해서 짬을 내 한국어를 배우는 
여러분들
정말 멋진 사람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