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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3일 일요일

말레이어가 인도네시아의 공식어가 된 이유

그동안 바하사 인도네시아를 열심히 배우기만 했지
왜 인도네시아는 이 나라 주류를 형성하는 자바인들의 언어가 아닌 
말레이어를 국가 공식어로 채택했을까에 대해서
한 번도 의심을 품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중간고사 시험 공부를 위해 사회언어학 수업 교재를 열심히 읽다가 
흥미로운 구절을 발견했다.
(번역이 이상하더라도 양해바람ㅋㅋㅋ)

다양한 언어 사용 국가에서는 정치적 힘이 국가공식어 채택에 커다란 영향력을 끼친다.
백 여개 이상의 지방어를 가진 필리핀의 경우, 
1946년 그들이 독립할 때 필리핀어(Pilipino)가 국가공식어로 채택되었다.
필리핀어는 타갈로그어(Tagalog)를 바탕으로 한 것인데
타갈로그어가 특정한 민족만의 언어였기 때문에
국민 모두에게 만장일치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타갈로그어는 천 이백만 명이 사용하는 언어였고, 
기타 다른 Cebuana 언어 역시 천 만 명 이상이, 
또 다른 토착어인 Ilocano 언어는 5백만 명 이상이나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갈로그어 사용자들이 수도인 마닐라에 거주하는 자들이었기 때문에, 
타갈로그어의 국가 공식어 채택은 정치적 경제적 힘에 의한 선택이었다. 
   타갈로그어를 필리피노로 명칭을 바꾼 것은 언어를 더 널리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타갈로그어 사용 민족에게만 혜택이 주어지는 등 
여전히  차별이 진행중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인도네시아의 경우,
 정부는 정치적, 사회적 엘리트 집단의 언어인 자바어를 국가언어로 채택하지 않았다.
그대신 교역 언어로서 널리 사용되던 말레이어(Malay)의 한 방언을 발전시켰다.
실제로 자바어는 사회 계급에 의해 존칭표현이 복잡하게 나타나고 
언어학적으로도 배우기 어려운 언어이기도 하다.
이후 인도네시아어는 나라 전체에 성공적으로 빠르게 퍼져나갔으며, 
이는 여러 상황으로 볼 때 매우 중립적이며 적절한 선택이었다.
(Holmes; An Introduction to Sociolinguistics, 2001: 101)

말레이어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싱가포르의 공식언어로
3억 명 이상의 인구가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여행 때 택시 기사와 의사소통에 별무리가 없을 정도였고
싱가포르에서도 곳곳에 말레이어가 영어, 중국어와 함께 병기되어 있다.
이 말레이어의 계통으로 현재도 매우 유사한 체계를 지닌 언어가 바로
바하사 인도네시아(Bahasa Indonesia)인 것이다.
단순히 자바어보다 말레이어가 쉬워서 국가어로 채택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실은 매우 다양한 역사정 배경과 상황이 맞물려 있었다.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류 자바인들의 언어를 제치고
소위 비주류 말레이어가 인도네시아의 공식어로 자리잡게 된 것은 
실로 놀랍다고 할 수 있다.

그 배경은 위의 책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말루쿠 해협 부근에서 무역어로 통용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7세기 수마트라 섬 부근에 번성한 스리위자야 왕조 시기부터)
자바어가 지나치게 어려운 이유도 한 몫 했으며
반면에 말레이어가 배우기 쉬운 것도 그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시제, 존칭표현, 성, 수에 따른 문법적 변화도 없어 배우기 무척 쉽다)
또 자바어와 같이 특별한 문자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말레이어는 라틴문자를 사용한다. 
(알파벳에 이미 익숙한 우리가 인도네시아어를 쉽게 배우는 것은 당연지사)

이렇게 비공식적으로 널리 통용되던 것이...
20세기에 이르러 민족주의 의식이 싹트면서
1928년 10월 28일 수라바야에서 청년단체에 의해 '청년의 맹세'가 선언되는데,
이 때 "하나의 조국, 인도네시아!  
하나의 민족, 인도네시아! 
하나의 언어, 바하사 인도네시아!"
라는 슬로건이 널리 제창된다.
결국 1945년 우리나라보다 3일 늦은 8월 18일에 
인도네시아는 독립을 쟁취하게 되고,
(네덜란드로 식민지배 350년, 일본 식민지배 3년)
바하사 인도네시아는 헌법에 의해 인도네시아의 국어로 제정되기에 이른다.

인도네시아어를 공부하다보면
다양한 단어들이 여러 지역어로부터 유래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어떤 단어는 자바어에서 온 것이고
어떤 단어는 어원이 파당이라고 한다.
(Padang, 수마트라 섬의 한 지역, 그 지역 민족 이름이기도 함)
이렇게 다양한 민족의 토속언어를(Vernacular) 반영하여 
바하사 인도네시아는 발전되어 온 것이다.

다양성 속의 통일(Bhinneka Tunggal Ika)을 국가 슬로건으로 내세운 인도네시아.
수많은 민족과 언어, 지방색이 한데 어우러져 생활하는 인도네시아는
단일민족, 단일언어를 사용해 온 한국인의 입장에서 
참으로 새롭고 색다른 모습이며, 학문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앞으로 인도네시아의 문화와 언어에 대해 공부해야 할 것이 
정말 끝없이 많다고 생각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