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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3일 수요일

라마단 금식 일일체험 그리고 부까 뿌아사 buka puasa(금식을 열다)

인도네시아 친구들과 함께 부까 뿌아사buka puasa (금식을 열다)

8월 1일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의 이슬람 국가들은
8월 30일까지 장장 한 달여 간 라마단 금식에 들어갔다.
새벽 4시에 간단한 식사를 기도와 함께 한 이후,
해가 뜬 이후부터 해가 질 때까지 
물 한 모금조차 입에 대지 않는 엄격한 금식이다. 

학기 개강을 맞은 상태로 라마단 금식에 들어갔던 지난해와는 달리
다행히 올해는 방학중에 라마단을 맞았다.
목마르고 배고픈 상태에서 수업에 집중할 수 없는 학생들을 쳐다보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것이 어디 있으랴...
학생들은 방학이라 괜찮지만, 
과사무실에 나가보면 현지인 교수님들은 금식 상태로 일하고 계신다.
나도 캠퍼스에 나와 있는 시간만큼은...
미안하고 눈치도 보이고, 또 학교식당도 모두 문을 닫고...
그래서 자연스레 금식을 함께하게 되었다. ㅜㅜ
인도네시아 말로는 금식을 뿌아사(puasa)라고 한다.

그래 다이어트도 할 겸 문화도 체험해 보고 하루정도 단식해 보지 뭐...
코이카 국내 훈련 기간동안 1달러 식사를 체험한 적이 있었다.
세계의 빈곤 인구를 생각하며, 그들의 굶주림을 함께 나눈다는 취지에서
하루 동안 단 1달러 만큼의 식량을 먹고 견디는 경험이었는데,
주먹밥 한 덩어리와 건더기 없는 국,
딱딱한 빵 한 덩어리와 시럽음료 같은 것으로 하루를 보낸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는 부끄럽게도 배고픈 상태로 하루종일 있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일부러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현대인들은 항상 배에 음식물을 가득 담고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많이 먹어 탈이나고, 비만을 걱정하는 욕심쟁이 인간에 불과하고 말이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어쨌든 그래서 나는 점심을 굶고
이 더운 날씨에 물과 음료도 자제하고 하루를 보낸 뒤
오후에 친구들을 만나 부까뿌아사를 준비하는 분주한 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금식 해제를 준비중인 가자마다 대학교 주변 거리 모습
보통 6시쯤 금식이 해제된다. 미리 한 두시간 앞서 길거리에 노점상이 즐비하게 자리를 연다.
금방 혈당을 올릴 수 있는 달콤한 과자들, 과일 음료들, 간단한 먹거리 등이 주로 판매된다.


과일 음료를 파는 노점상들
Es buah (얼음과일)정도로 불리는 음료를 판다.
이렇게 갖가지 열대과일들(파파야, 리치, 두리안, 파인애플 등)을 잘라서 봉지에 담고
시럽음료를 얼음과 함께 부어준다.





노점상 주변 카펫에 앉아 금식 해제를 기다리는 젊은이들
8월 2일 어제 시간으로는 5시 47분에 금식이 해제되었다.
해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이 되는 부까 뿌아사 시간은 즉, 금식해제 시간은...
근처 모스크 사원의 소리를 통해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다.
사원의 울림을 들은 이후에야 사람들은 갈증난 목을 달래고,
하루 종일 허기진 배를 달래기 시작한다.


색색의 인도네시아 전통 간식들

이날 부까뿌아사를 함께 한 친구와 음식을 고르는 중

배고픔을 참으며 금식 해제를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은 한 마음이 되는 것 같다.
배는 고프고 온 몸에 힘은 없어도
라마단의 기간동안 온 거리는 활기가 넘치고 즐겁다.

이 더운 나라에서 하루종일 음식은 커녕 물 한 모금조차 입에 대지 않는 것은
이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내가 보기에 다소 위험한 일인 것 같다.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업무의 효율성도 떨어지고,
사람들은 무기력하게 하루를 보내거나 아예 일찍 퇴근하는 등
인도네시아의 경제활동도 근 한달여간 마비되다시피 한다.
외국인이 많은 관광지가 아니면, 많은 식당들은 문을 닫거나
몰래 숨어서 영업을 한다.

어떻게 물도 안 먹고 하루를 버텨!
대체 이 더운 나라의 기후에 어울리기나 한 문화야!
라고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그건 문화적 상대성을 무시한 독선적 생각일 뿐일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배고픔과 갈증을 참고 난 후 마신 별 것 아닌 이 과일음료로 
나는 어린애마냥 행복했다.
하루 금식 체험을 해 보니, 견딜만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린아이들은 반나절의 금식만을 실행하고,
생리중인 여자나 임신한 여자, 아픈 사람, 노약자 등은 금식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행해지는 것은 물론 아니며,
오로지 본인의 의지에 의해서 이뤄진다고 한다.
금식이 해제된 후, 기도와 식사를 마치고 나면 
사람들은 불꽃을 터뜨리기도 하고 
서로 안전하고 원활한 금식이 되길 축복해주기 바쁘다.
단순한 욕구의 절제 뿐만 아니라 축제의 성격을 지닌 라마단.
배타성이 낮고 개방성을 띤 무슬림들의 나라 인도네시아에서
내가 느낀 라마다 금식의 모습은 이러했다.